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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사회적경제 생태계조성사업단 | 오버투어리즘을 넘어 문예투어리즘으로 - 오마이뉴스기사

  • 관리자
  • 2018-10-19 17: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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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돌아와 북촌에 둥지를 틀었던 지인은 북촌 골목을 좋아했다. 북촌의 오래된 풍경을 좋아했던 그였지만 오래 지내지 못했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시끌벅적한 관광객의 침공(?)을 견딜 수가 없었다. 일상은 관광객에 의해 쉬이 침해당했고 생활은 점차 불편해졌다. 결국 그는 북촌을 떠났다.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혹은 투어리스티피케이션(주거지가 관광지화하면서 임대료가 올라 기존 상인이나 주민이 쫓겨나는 현상)때문이었다.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을 정도로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주민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은 북촌만의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스페인 바르셀로나, 그리스 산토리니, 독일 베를린, 제주 등 세계 다양한 도시가 이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이들 도시에는 관광객을 적으로 생각하는 주민도 생겨나는 등 '관광 혐오'가 퍼지고 있다. '당신의 힐링이 나에겐 고통'이라는 인식이다.

그렇다면 오버투어리즘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같은 말의 다른 판본. '적정 관광'은 어떻게 가능할까? 주민과 관광객 모두를 위한 도시, 공정한 여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종로 사회적경제가 이를 실험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관광,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 만든 '문예투어리즘'이 그것이다. 종로구 8개 사회적경제기업(창신숭인도시재생협동조합, 공연자협동조합신, 팀플레이예술기획, 모차르트마술피리, 부암뮤직소사이어티, 좋은우리술협동조합, 서울패션공예협동조합, 한국차문화협동조합)과 종로구사회적경제생태계조성사업단(이하 종로사업단)이 함께 만든 프로그램이다.

문예투어리즘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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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는 오래된 문화유산을 품고 있다. 과거 조선시대 서울의 중심이었던 덕분에 전통 건축물이나 문화유산이 많다. 또 대학로, 인사동, 북촌, 서촌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거나 거주하는 문화예술인도 많다. 풍부한 문화적 자산을 품은 종로지만 사회적경제가 이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는 깊게 논의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종로구 25개 사회적경제 기업이 모여 지난 1월 말 종로사회적경제네트워크사회적협동조합이 출범했다. 서로 힘을 모아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수익모델(BM)이었다.

박주언 종로사업단 단장은 "참여 기업 인적 구성이나 사업구성을 보니 문화예술이 압도적이었다"며 "다만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경제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약해서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한 테스트 버전을 시도해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 시도가 문예투어리즘이었다. 이는 문화예술과 관광을 결합한 모델로 오버투어리즘이라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적정 관광에 나설 수 있는 환경과 공동의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한 시도다. 이에 각 기업이 가진 문화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외국인을 1차 목표로 삼았다. 내국인은 이후 접근하기로 했다.
박 단장은 "BM모델을 논의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많으니 핀셋(맞춤형) 방식으로 접근하기로 했다"며 "지금까지 겉핥기로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 방식을 변화시키자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소하게 숨어 있는 사회적경제 기업의 장점을 드러내는 포트폴리오를 만들기로 했다. 소극장, 전통문화 체험 등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이를 모집할 수 있는 플랫폼도 기존의 것을 활용하기로 했다. 새로 플랫폼을 만든다면 알리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에어비앤비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에어비앤비가 기존 숙박 중심에서 체험, 여행(트립)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에어비앤비 트립 분야에 문예투어리즘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따로 또 같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다

준비 기간은 3개월이었다. 5월부터 관내 사회적경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득에 나섰고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종로사업단에서 프로모션을 맡고 에디터, 사진작가 등도 붙였다. 사업비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닌 자력갱생이 목표였다. 이에 참여하기로 한 8개 기업은 각자의 콘텐츠를 다듬어 △전통춤(공연자협동조합 신) △연극(팀플레이예술기획) △연주·콘서트(모차르트마술피리) △도시재생 마을탐방(창신숭인도시재생협동조합) △전통주 만들기 및 주점 탐방(좋은우리술협동조합) △전통수공예 만들기(서울패션공예협동조합) △전통차 수업 및 판매(한국차문화협동조합) △클래식 연주(부암뮤직소사이어티) 등을 준비했다.

이들은 콘텐츠 개발을 위한 컨설팅과 시연, 모니터링 등을 거쳐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었다. 관광객에게 좀더 색다른 경험을 주기 위한 노력도 곁들였다. 한옥에서 클래식을 체험하고 클래식을 클래식 연주자들이 케이팝(아이돌)을 연주하며 한복을 DIY(소비자가 직접 만들도록 한 상품)로 만드는 등 이색 체험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 이를 동네책방에서 시뮬레이션하면서 상호 의견과 평가는 물론 외국인도 불러서 조언을 받는 등 질 좋은 체험 상품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이를 영상으로도 만들어 관광객의 눈길을 끌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프로모션을 하면서 에어비앤비에 프로그램을 제출해 심사를 받은 결과, 별 다섯 개(여섯 개 만점)가 붙었다. 영상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업별 프로그램 운영은 물론 콜라보(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에도 힘을 기울였다. 가령 공연을 막걸리, 파전 등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해 외국인이 한국의 '뒤풀이' 문화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국 문화를 있는 그대로 만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참여 기업들이 함께 술을 마시면서 아이디어를 내는 등 내부 스킨십에도 공을 들였다. 이런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자 에어비앤비에서도 찾아와 사전조사를 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이런 기획 과정에서 목표를 분명하게 했다. 수익을 내자! 의미만 갖고 지속가능성을 획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박 단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문화예술 자체만 갖고는 굶어죽는다. (웃음) 관광과 연계돼야 하고 체험·교육을 결합해야 한다. 안정화될 때까지는 일단 외국인만 대상으로 하고자 한다. 외국인 중심으로 타깃팅한 뒤 향상된 콘텐츠를 개발해서 유인효과를 낼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국제 교류도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다. 외국인은 일종의 유인책이다. 외국인들과 자연스레 우리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친교의 장으로 문예투어리즘을 발전시키면 타깃 고객층도 두껍게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공연 등 모든 프로그램을 외국인 입맛에 맞춰서 개발한 것도 비즈니스 관점에 따른 결정이었다. 지역공동체 사업도 비즈니스가 제대로 돼야 지속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사회적경제 기업이 우선 자기 경쟁력을 강화해 돈을 벌어야 지역민과 결합도 가능하고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박 단장은 "사회적경제 기업이 초창기에 사업개발비를 받아도 혁신적인 아이디어 솔루션을 고민하지 않으면 헛돈을 쓰기 십상"이라며 "문화예술 기업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먹고살고 마케팅할 것이냐에 주목하고 고민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지속 사업으로 갈 확률도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경쟁력 있는 동네여행을 위하여

문예투어리즘이 주목을 끄는 이유가 있다. 《체험의 경제학 : 비즈니스는 마음을 훔치는 연극이다》(Experience Economy) 저자 조지프 파인은 오버투어리즘을 극복하는 해법으로 "입장료를 받으라"고 제시했다. 여행이란 가치 있는 체험(시간)을 누리는 것으로 입장료는 가치에 대한 비용이자 체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는 신호라는 것. 또 입장료 수입은 관광지를 더 가치 있게 보존하는 재원으로 쓰인다.

문예투어리즘이 추구하는 바도 그것이다. 체험이라는 요소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이 골목과 동네로 진입하게 만들겠다는 것. 단순히 고궁을 돌아다니고 맛있는 음식만 먹는 게 아닌 골목에서 종로가 가진 철학, 가치 등을 담은 콘텐츠를 선보여 동네 여행도 경쟁력을 가지게끔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는 또 사회적 자본을 쌓는 일이다.
박 단장은 "'종로는 문화예술 관광이다, 특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런 종로가 가진 상징성이 돈이 될 수 있어야 한다"라며 문예투어리즘의 가치를 잡아나갔다. 중심은 사회적경제 기업들이어야 했고, 지속가능한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돈을 벌 수 있는 콘텐츠를 함께 연구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자고 설득했다.

이처럼 기존 종로구가 가진 인프라를 활용하고 전문가를 결합하는 한편 사회적경제의 단순 업종이 아닌 다른 분야가 서로 융합해 가치를 높이는 활동이 문예투어리즘이다. 박 단장은 이런 융합을 통해 특별한 투자 없이도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확장성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살기 위해서는 융합을 해야 하고 융합이 자연스레 적합화 되면 단위도 커지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면 기업들 자부심도 자연스레 따라온다.

올해 문예투어리즘은 10월 말까지 시범사업으로 진행된다. 기업당 3건, 많으면 8건까지 진행할 예정이며 종로사업단은 총 8개 투어 프로그램 가운데 4개만 건져도 성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진정성을 보이는 만큼 반응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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